[한국연구재단 창립3주년 기념사]"미래가치 창출의 토양을 조성하라" N
No.44063- 작성자 홍보팀
- 등록일 : 2012.06.2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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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치 창출의 토양을 조성하라
이효수
영남대학교 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
한국연구재단 창립 3주년을 축하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연구역량을 높이기 위하여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러 온 한국연구재단에 대학인의 한사람으로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인류문명사는 지식발달사이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지식의 발달 속도는 가속화되어 왔다. 최근에는 정보통신혁명으로 지식의 융합을 통합 새로운 지식의 창출이 용이해지고, 지식의 전파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면서 지식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인류역사에서 지식이 중요하지 않은 시기가 없었지만, 오늘날처럼 지식이 가치창출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 되고, 경쟁우위(Comparative advantage)를 결정한 시기는 없었다.
나는 한국연구재단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미래가치 창출의 토양을 조성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가치는 살아 있는 지식, 가치 있는 지식의 창출을 통하여 실현될 수 있다. 새로운 가치 있는 지식의 창출은 깊은 연구와 그러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인재의 양성을 통하여 가능하다. 한국연구재단은 스스로 직접 연구를 수행하거나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대학과 연구소 등이 그러한 연구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토양을 조성함으로써 이러한 국가적 시대적 과업을 수행하여야 한다. 더욱이 한국연구재단은 2009년 6월 국가 기초연구지원시스템의 효율화 및 선진화를 목적으로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과학재단, 한국학술진흥재단,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이 하나로 통합되어 새롭게 출범하였다. 이것은 한국연구재단의 책무가 그 만큼 막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국연구재단은 세계 최고수준의 연구토양을 조성하기 위하여 구체적 실행 목표를 세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첫째 세계 최고수준의 기초학문 연구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현재 기초학문 분야는 학문 후속세대의 양성이 어려울 정도인데 어떻게 세계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최근에 융복합연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융복합연구도 기초학문의 탄탄한 바탕위에서 가능하다. 국가가 응용분야든 융․복합분야이든 세계적인 연구역량을 확보하는데 있어서 수학, 물리, 화학, 생물, 통계, 철학, 논리학, 경제학 등 인문사회자연과학의 이론 및 도구과목에 해당하는 기초 학문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긴요한 과제이다.
둘째 첨단지식 창출의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대학이나 연구소가 첨단학문 분야를 개척하고 원천기술을 개발 할 수 있는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지원체제를 확보하여야 할 것이다. 이런 분야는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현저히 높다. 첨단학문 분야를 개척하고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이처럼 불확실성이 대단히 높지만, 이러한 역량이 없으면 첨단지식과 미래가치를 창출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국가경쟁력을 확보 할 수 없다.
셋째 세계수준의 지역거점대학(Glocal Initiative University: GIU)을 육성하여, 첨단지식 창출의 허브를 육성하여야 한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수준의 대학에서 첨단지식을 창출할 수 없다. GIU는 ‘지식생산과 인재육성에서 글로벌경쟁력을 확보하여 산업, 사회, 문화의 세계화와 지식기반사회를 선도하는 대학’을 말한다. 지방에 인구 2백만 명 단위에 한 개, 수도권에 3백만 명 단위에 한 개씩 전국에 20여개의 GIU를 육성하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과 국립대지원 중심체제로, 수도권과 지방, 국립대와 사립대 사이에 유효경쟁체제가 무너져 있다. 이러한 구조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대학을 육성하기 어렵다. 그래서 수도권, 지방, 국립, 사립을 넘어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산업, 사회, 문화의 세계화와 지식기반화를 선도할 수 있는 GIU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GIU의 육성으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의생명학 등의 융․복합을 통하여 새로운 첨단 분야를 개척할 수 있고, 연구, 인재육성, 산업화 일체형의 새로운 대학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세계수준의 지역거점대학의 육성으로 지식산업의 육성과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할 수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불확실성이 높은 첨단지식의 창출을 위해서 GIU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연구지원 체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넷째 학문후속세대에 대한 지원체제를 대폭 강화하여야 한다. 우수한 두뇌가 연구직을 선호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것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할 문제이지만, 한국연구재단 차원에서도 대학원생과 학부생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체제를 강화 할 필요가 있다. 영남대학교의 최근 사례에서 보면 학부학생들이 주저자로 세계적 수준의 학술지에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고, 이러한 학생들은 대학원에 진학하여 지속적으로 연구를 하기를 원하고 있다. 학부학생부터 연구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체제가 필요하다.
다섯째 가치 있는 연구에 대한 한국연구재단의 선별능력을 높여야 한다. 어떤 연구가 가치가 있고, 이 연구를 통하여 첨단학문이나 원천기술을 개척할 수 있는 지를 판별해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과제이고 고도의 전문성을 요한다. 더욱이 실패확률이 높은 연구과제의 경우 지원할 가치가 있는지를 가려내는 능력이 국가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위하여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다. 미래가치와 지원자의 연구역량을 파악해낼 수 있기 위해서는 대단한 안목과 고도의 전문적 역량이 필요하다. 한국연구재단은 이러한 판별역량을 확보하여 국가 및 인류의 미래가치 창출을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한 번 한국연구재단이 출범 3년을 맞아 시대를 이끌고 세상을 변화시킬 미래가치 창출의 토양을 조성할 수 있는 연구지원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주요이력사항> 이효수 영남대학교 총장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 한국노사관계학회 회장, 한국경제학회 부회장, IIRA 아시아대표 집행이사, 대통령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대통령 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 MIT, 하버드, UC 버클리 개원교수 등을 역임하였고, 현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이다.